한 10여년 전에 네이버가 부산영화제 메인 스폰서였는데 그때 나는 네이버 전체 콘텐츠 서비스를 맡고 있었다. 부산 가면 항상 파라다이스 호텔에 내 방이 딱 있고 황금기였다(웃음). 그때만 해도 늘 휴대용 시디피와 시디 30장을 낱장으로 넣을 수 있는 케이스를 가지고 다녔다. 그런데 대부분 그렇지 않나? 어디에 놀러 가느냐, 어떤 운송 수단을 이용하느냐에 따라서 듣는 음악이 바뀌지 않나. 예를 들어 기차를 타면 거의 팻 메시니 같은 음악을 들고 가고, 밤에는 '50년대 모던 재즈 이런 걸 듣고 상황에 맞게 시디를 가지고 다녔는데, 그날은 숙소를 나선 뒤에 시디 케이스를 놓고 나온 걸 알게 됐다. 시디피만 들고 나왔는데 시디는 하나도 없었고 하루 종일 돌아다녀야 하는데 'X됐다'는 생각을 했다. 그때는 영화..
스무 살 무렵, 유성에 있는 한 편의점에서 야간알바를 했다. 유흥가의 심장부쯤에 위치한 편의점이었다. 가끔 살짝 친해진 모텔 지배인들이 병맥주를 사가며 가격표를 떼 달라 하기도 했고(그런데 그땐 맥주마다 가격표가 붙어 있었나? 왜 이런 기억이 있지?), 새벽녘에 일이 끝난 언니들과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. 지금 생각하면 놀라운 일인데, 유투의 [zooropa] 카세트가 편의점 매대에 있던 시절이기도 했다. 즐겁게 일했다. 그들과 나누는 이야기도 즐거웠고, 자정이 되면 막 유통기한이 끝난 음식을 먹는 재미, 각종 잡지와 신문을 읽는 재미도 좋았다. 무엇보다 그곳에서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틀 수 있어 좋았다. 거의 대부분 내가 선곡을 했는데 헤비메탈 이런 건 잘 안 틀었고 적당히 즐길 수 있는 가요와 팝을 주.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