난 여행 갈 때도 늘 시디를 갖고 다니고, 또 여행할 때만큼 음악을 열심히 들을 때도 없다. 예를 들어 부다페스트, 이러면 그때 들었던 음악이 생각이 난다. 내가 책 때문에 희귀한 여행을 많이 했다. 피지에 영화 를 찍은 모누리키(Monuriki)라는 섬이 있다. 거기는 무인도라 아무나 못 들어가는데 다큐멘터리 촬영 때문에 1박2일 동안 머물 수 있도록 현장에 있는 추장 같은 사람에게 돈을 내고 하룻밤을 자고 왔다. 거기 해변에서 신문지를 덮고 자다가 추워서 깼는데 막 동이 트고 있었다. 일행은 자고 있고 나 혼자 아이팟을 귀에 꽂고 걷는데 그때 트렘블링 블루 스타스의 이 흘러 나왔다. 그 노래를 듣는 순간 정말 감정이 격앙됐다. 그 노래 가사가 또 한 문장 빼고는 다 의문문으로 이루어져있다. 제목부터 ..
열 살 땐데 이게 되게 인상적이다. 어렸을 때 언덕이 많은 동네에서 살았는데 그때 학원을 많이 다녔다. 남동생이랑 한 살 터울이어서 나는 학원엘 보내고 엄마는 남동생을 돌보고 그랬던 거다. 주말에도 학원을 다녔는데 내가 언덕 높은 쪽에 살아가지고 학원 봉고차가 동네를 빙글빙글 돌며 애들을 다 내려주고 내가 제일 끝에 내렸다. 그래서 항상 봉고차 앞엘 탔는데 어릴 땐 차 앞에 타면 뭔가 된 것 같고 좋지 않나. 그 맨 앞에 앉아서 아저씨가 틀어놓은 라디오를 들으면서 같이 다녔다. 그날이 토요일인가 일요일인가 주말 오전이었는데 봄이었는지 가을이었는지 날씨가 되게 좋은 날이었다. 주말 아침 특유의 청명한 햇살이 쫙 비추는 너무 기분 좋은 날씨였다. 앞자리에 앉아가지고 신나서 라디오를 듣고 있는데 그때 윤상의 ..
음악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들 너무 그런 경험들이 많지 않나. 정말 많은 기억들이 있는데 제일 임팩트가 있었던 건 1994년이었다. 그때 조쿨이라는 밴드를 만들고 나서 멤버들과 땡땡이거리(홍대에서 신촌으로 넘어가는 기찻길)에 고갈비 같은 걸 파는 땡땡이라는 실내 포장마차엘 자주 갔다. 그날도 새벽까지 (이)기용(허클베리 핀)이랑 술을 먹고 나왔는데 그 순간이 지금도 정확하게 기억난다. 6월이었고, 막 더워지기 직전의 푸르스름한 새벽이었다. 그때 워크맨 시디피를 들고 다닐 때라 전철을 타러 신촌역으로 가면서 [세상 밖으로] OST를 들었다. 그 OST에서 심혜진이 부른 란 노래를 진짜 좋아했다. 그 노래가 '90년대 노래 같지 않게 리버브도 되게 많이 넣었는데 리버브가 많이 들어가면 안개 같은 느낌도 나고 ..